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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KCI (코스닥: 036670) (6)

 샴푸나 린스, 샤워젤, 바디로션, 화장품 등과 같이 몸을 닦고 가꾸는데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 산업을 '퍼스널 케어' 업종이라고 합니다. 이 회사는 퍼스널 케어 용품의 원료를 만들어서 로레알이나 P&G, 존슨 앤 존슨, 니베아, 시세이도 등 이름을 알만한 웬만한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들 모두에게 팔고 있으므로, 마음 편한 장기투자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법한 종목입니다. 샴푸건 샤워젤이건 매일 조금씩 써서 없어지므로 몇 달쯤 후에는 다시 사야 하는데, 그게 P&G에서 만든 것인지 애경에서 만든 것인지와는 상관없이 이 회사 원료는 또 팔리게 되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퍼스널 케어 업종의 탁월한 안정성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것 입니다만, 이 업종이 성장성도 갖춘 업종이라는데는 생각을 달리 할 분들이 적잖을 것 같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게 좋을 듯합니다.

 

 2000년대 초반, 저의 사회초년생 시절에 해외고객들을 자주 만나는 우리 부서에서 회식을 하면 '중국인들은 머리를 잘 안 감는다'라고 얘기해 주던 어느 선배가 기억납니다. 지금도 그 선배가 중국인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면, 지금쯤은 우리끼리 하는 술자리라도 그런 말은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인뿐이 아닙니다. 인구가 많은 동남아인들도 있고, 앞으로는 인도인들도 머리를 자주 감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이 종목이 안정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종목이라는데 공감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이 회사가 보여준 숫자들을 통해 그것들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하니, 이 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또 있겠습니까?

 

 아래는 지난 15년간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왼쪽 푸른 선의 매출액이 큰 등락 없이 꾸준히 우상향 하고 있다는 데서 이 회사가 하는 사업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익이나 이익률의 추이는 그렇게 순탄하기만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안정적인 사업을 하더라도 한두해 정도 일시적 요인으로 이익률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장기간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면 경쟁자나 대체재 같은 것들이 등장해서 제품값을 낮춰서 팔고 있지는 않은지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이 종목의 경우 2011~2014년에는 낮았던 이익률이 이후 높아졌다가 재작년에는 급락한 후 작년부터 다시 높았던 이익률로 회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오른쪽 붉은 선 영업이익률의 회복은 과거의 높았던 수준에 비하면 영 성에차지 않습니다. 혹시 2015~2022년의 높았던 이익률은 외부환경, 그러니까 때를 잘 만나 이례적으로 좋은 시기의 결과는 아니었을까요? 그렇다면, 최근 몇 년의 이익률 등락은 다시 과거의 별 볼 일 없던 수준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아닐까요?

 

 사업보고서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나오는 항목들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아래와 같이 그려봤습니다.

 

 

 '재고자산의 변동'과 '원재료 및 상품매입액'의 합계인 검은선이 거의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큰 비중임을 알 수 있고, 2017년과 2023년의 이익률 급락은 이 '재고/원재료' 비용이 치솟았기 때문임도 알 수 있습니다. 2011~2014년의 낮았던 이익률은 붉은 선의 '상각비'와 회색선의 '기타 비용'이 높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는데, 당시 이런 비용들이 증가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만한 사항들을 회사 연혁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08년, 대죽공장 준공

 . 2009년, 폴리글리세린 박막설비 도입

 . 2010년, 폴리글리세린/에스테르/아민 반응설비 도입, 생체적합성 물질(MPC) 제조설비 도입

 . 2011년, 공장/설비 증설 50억 신규투자 결정

 

 그러니까, 공장을 짓고 설비를 채우는데 쓴 돈은 상각비에, 그 설비들이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시행착오에 들어간 돈은 기타 비용에 잡히면서 이익률을 떨어트렸다는 말입니다. '연혁에서 보이는 50억이라는 금액이 기업의 투자금으로 큰 금액인가?' 싶을지 모르겠지만, 2010년도의 영업이익이 31억이었음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대규모 투자가 이후 이 회사를 2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보여주는 준수한 기업으로 바꾼 원동력이었던 것입니다.

 

 2023년의 이익률 급락은 앞에서 '재고/원재료' 비용 때문이었음을 보았습니다. 이 회사가 샴푸나 화장품 같은 것들에 들어가는 원료를 주로 유채종자나 목화펄프, 구아(콩과 작물) 같은 천연성분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시 별로 걱정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농작물들은 한 해 가격이 폭등하고 나면 너도 나도 그 작물을 재배해 이듬해에는 대개 가격이 다시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원재료비가 하락한 작년에 영업이익률 회복이 부진했던 이유가 뭘까를 알아보다가 인터넷에서 남들이 이 종목을 분석한 글 들 중 모회사인 삼양사에 주는 '지급수수료' 때문이라는 대목이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남들 얘기나 증권사 리포트만 믿고 투자해서 성공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남들 얘기를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는 주가가 급락하거나 지지부진한 시기에는 남들 얘기도 대개 부정적인데, 그 얘기를 믿고 주식을 팔아버린다면 필경 손실을 본 상태에서 매도하게 될 것 이기에 그렇습니다. 스스로 확인해 보지 않는다면 그때그때 이리저리 남들 얘기에 휩쓸려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다가 결국 돈을 잃고 주식시장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다시, 앞에서 봤던 각 비용항목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추이로 돌아가 보면, '급여'나 '기타 비용'도 작년에 증가하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노란선의 '수수료'는 최근 몇 년간 계속 높아지고 있고, 작년에는 역사적으로도 높은 수준이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프가 너무 아래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으므로 실제 숫자를 보면, 2020년 까지는 2%를 넘지 않던 것이 2021년에는 3.9%, 2022년 4.9%, 2023년 5.5%, 2024년에는 6.9%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들 얘기가 맞았던 것일까요? 실제로 모회사에 상납성 수수료를 떼주고 있고, 그 금액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면, 이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닙니다.

 

 이 회사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지급수수료'라는 항목이 등장하는 것은 2022년 사업보고서부터로, 이전에는 지급수수료를 포함한 '기타 판매비'라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사업보고서에 실린 2021년 '지급수수료' 금액은 2021년 사업보고서에 실린 '기타판매비' 보다 더 큽니다.

 

 

 2022년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2021년 '지급수수료'는 왜 그 금액을 포함하는 항목인 2021년의 '기타판매비' 보다 더 큰 것일까요? 저도 처음에는 '잡았다! 요놈'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바로 위에 있는 '판매비와 관리비' 주석을 읽어보면, 2022년부터는 연구개발비의 일부가 지급수수료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구개발비의 증가가 지급수수료 증가의 원인일까요? 실제로 작년에는 연구개발비 지출이 꽤 크게 늘었는데..

 

 

 재료비와 인건비, 감가상각비는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있는 항목들 이므로, '위탁용역비'와 '기타'만 합산한 금액이 지급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21년 25% / 2022년 19% / 2023년 15% / 2024년 21%

 

 어느 정도는 기여를 한 것 같은데, 이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위탁용역비'와 '기타'가 모두 지급수수료로 분류되었는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역시, 모회사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까요?

 

 

 모회사에 해당하는 '삼양홀딩스'와 '삼양사'에 준 돈 중에서 지급수수료로 분류할 수 있는 '기타 비용'이 지급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21년 38% / 2022년 33% / 2023년 33% / 2024년 34%

 

 앞에서 본 연구개발비보다는 비중이 높긴 한데, 이것도 절대적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또, 이 비용이 모두 지급수수료로 분류되었는지 역시 확실치 않습니다.

 

 이쯤에서 작년에 '기타 비용'으로 삼양홀딩스에 떼어준 10억과 삼양사에 준 17억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가 궁금해져서 그들의 작년 실적을 알아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 삼양홀딩스: 매출 36,000억 / 영업이익 1,275억 / 순이익 283억

 . 삼양사: 매출 27,000억 / 영업이익 1,335억 / 순이익 1,215억

 

 그러니까, '회계를 조작하고 감사를 속이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며 벌인 일 치고는 상납금이 너무 적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재작년 삼양홀딩스의 순이익은 1천억이 넘었습니다.

 

 삼양사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이온교환수지, 전자소재, 식품소재 등의 사업을 하고, 삼양홀딩스는 지주사업 외에도 기계의 시스템/부품/소재 공급과 하수/폐수정화 시스템의 설계/납품/운전 등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삼양사가 하는 이온교환수지나 식품소재, 그리고 삼양홀딩스가 하는 산업용 기계나 수처리 시스템은 이 회사가 하는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지급수수료에는 모회사에 주는 수수료 외에도 연구를 외부에 의뢰하거나 성분인증, 마케팅활동, 대리점에 주는 수수료 등의 비용 중 일부가 포함될 것입니다. 그리고 확실해 보이는 것은 이런 비용들의 증가는 신제품의 출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인데, 실제로 최근에 이 회사는 화장품 원료나 컨택트 렌즈 소재와 같은 신제품들을 많이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이 회사가 모회사에 주는 수수료는 상납성이 아닌, 실제로 줄만한 수수료를 주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는 말입니다. 무엇보다 지급수수료가 증가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에는 비용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재료비가 2023년 한 해를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또, 실적이나 이익률 외의 다른 숫자들도 모두 좋아 보이므로, 괜한 억측으로 이 좋은 종목에서 돈을 잃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단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저처럼 이 종목을 오래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이쯤에서 '다 좋은데, 그럼 주가는 도대체 언제 오르냐?'고 하실 것 같습니다. 전들 알겠습니까마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주가는 결국 그 기업이 벌어서 남기는 이익에 수렴합니다. '뭘 모르는군, 주가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움직이는데..'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기대라는 것도 결국 미래에는 이익을 더 많이 남길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때문에 한동안 미래에 대한 기대만으로 치솟던 주가가 경쟁자나 대체재 같은 현실을 깨닫는 순간 반토막이 나는 곳이 주식시장입니다.

 

 이 종목의 주가가 저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시총이 작아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조에서 수십조 원을 움직이는 기관투자가에게 시총 7백억짜리 종목이 14백억쯤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주가는 개미들에게 달려있다는 말이므로, 이 종목의 주가는 테마주처럼 움직일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니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기간에 급등할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 그 폭이 지금 주가 수준에서 최소한 4~5배는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매년 3월말의 주가와 내가 추정하는 내재가치 대비 그 배수

 

2025년 3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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