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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한솔케미칼 (코스피: 014680) (4)

 여러 번 얘기하듯이 제가 종목을 고르는 기준은 그 회사가 벌어서 남기는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 주가의 저평가 여부입니다. 그런데,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은 서로 완전히 다른 개념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회사가 돈을 잘 벌어서 이익을 안정적으로 잘 남겨왔는지를 살펴보는 이유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돈을 잘 벌어서 많이 남길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인데, 성장성이 무너진다면 미래 이익의 안정성 역시 무너지게 됩니다.

 

 제가 성장성을 검토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미래가 유망한 사업을 하고 있느냐?'입니다. 제 말은 다른 불개미들처럼 인공지능이나 2차 전지주 같은 것을 사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신기술이나 신산업에서는 미래의 경쟁이 치열해지기가 쉽고, 어떤 대체재나 신기술이 등장해서 산업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사업은 진입장벽이 있거나 틈새시장이어서 새로 그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 회사가 가진 현재의 경쟁우위가 먼 미래까지 이어질 것 같은 사업입니다. 그런 사업이면서 미래에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 같다면 유망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훨씬 싼 대체재나 더 효율적인 신기술로 무장한 게임체인저가 나타나 산업의 판도를 바꿀지도 모를 분야의 사업이라면, 당장은 아무리 잘 나가는 사업이라도 그냥 관심을 끊습니다.

 

 또 하나는 시장의 확장성입니다. 그러니까, 그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거나, 현재의 시장이 더 이상 커지길 기대하기 어렵다면 새로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거나, 한계에 처한 국내시장을 넘어 넓은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거나, 혹은 다른 연령층이나 성별로 수요층을 확장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본업과는 무관한 분야로 사업을 지나치게 확장하고 있는 경우인데,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그 회사가 가진 기존의 기술이나 인프라 같은 역량이 직접적으로 새로운 경쟁에서 우위 요소로 작용할 것 같은 분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회사를 선호합니다.

 

 '한솔케미컬'은 정밀화학 회사로, 이익의 안정성은 물론, 앞에서 말한 사업의 성장성에 해당하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회사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정밀화학은 수요산업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고, 또, 화학이라는 업종 자체가 대규모의 생산시설 투자가 필요한, 큰돈이 드는 사업이기에 지식이나 기술만 있다고 시작할 수 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가 과거 제지나 목재, 섬유산업 같은 수요처에서 전자산업으로 그 수요처를 확장시켜 온 점을 생각하면 시장의 확장성은 이미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종목의 안정성과 성장성에 대한 검토는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반드시 거쳐야 할 더 중요한 과정이 있습니다. 바로, 회사가 지금까지 보여준 실적이라는 숫자를 통해 그 안정성과 성장성이 읽히는지를 검증해 보는 과정입니다. 사실 이익이라는 말 자체가 벌어서 남기는 돈을 의미하고, 돈은 숫자입니다. '세상은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숫자를 통해 자신이 생각한 안정성과 성장성이 읽히지 않는다면 혼자만의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었거나, 희망과 기대만 가득하고 실체는 없는 테마주 투기가 되어버립니다.

 

 다음은 이 회사가 지난 15년간 보여준 실적과 이익률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우선 왼쪽 푸른 선의 매출액이 큰 등락 없이 장기간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오른편의 이익률 추이는 2014년 이후 높아지던 것이 2021년 이후에는 '원래의 낮았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합니다. 이런 경우 그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래는 별 볼일 없던 사업을 하던 회사가 몇 년간 이례적으로 업황이 좋았어서 유망한 회사가 된 것처럼 보였지만, 일시적인 호황이 끝나서 원래의 별 볼일 없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사업보고서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나오는 항목들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추이를 그린 그림입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붉은 선의 '원재료비'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원재료비 비중은 왜 낮아지고 있는것 일까요? 매출액의 추이는 큰 등락없이 비교적 꾸준히 오르고 있었으니, 업황과 같은 외부환경의 영향은 아니었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니까, 더 많이 남는 신제품을 출시했다던가 하는 내부적인 효율성이 개선되었다는 말입니다.

 

 아래는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주요 수요처별 매출액의 비중을 그린 추이입니다.

 

 

 붉은선의 '전자소재' 비중이 2014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뜻 생각해도 이 회사가 만드는 전자소재들은 주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2차 전지 등의 제조에 필요한 소재들이므로, 제지나 섬유, 목재산업에 쓰이는 소재들보다 훨씬 많이 남는 장사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지나 환경, 목재 같은 수요처들은 그렇다 치고, 반도체 세정액이나 디스플레이 식각액을 만들 때 쓰인다는 고순도 과산화수소 위주라는 푸른 선의 '정밀화학'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아래는 이 회사 과산화수소의 주요 고객인 '한솔제지'와 '삼영순화'에서 거둔 매출액의 추이입니다.

 

 

 제지산업의 주요 고객인 한솔제지에서 거두는 매출은 정체되어 있는 반면, 반도체 세정액이나 디스플레이 식각액을 만드는 삼영순화 매출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회사에서 거둔 매출을 합한 검은선의 '합계' 역시 2016년 이후 증가하고 있으므로, 앞에서 봤던 '정밀화학'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는 '전자소재'의 비중이 급증한데 따른 착시였던 것 같습니다.

 

 이쯤이면 별로 걱정이 되지는 않지만, 앞에서 봤던 2022년과 2023년에 이익률이 하락했던 이유도 알아보겠습니다. 아래는 앞에서 봤던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나오는 항목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정리한 표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재고'와 '원재료'의 숫자들을 합해보면 2022년에는 39.1%, 2021년에는 34.9%가 나오는데, 그 차이인 4.2%는 매출총이익률의 차이와 대략 일치합니다. 2022년은 세계적인 공급대란과 물가급등이 있었던 해였음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지는 않습니다. 또, 2023년은 매출액 자체가 10% 넘게 줄기도 했고, 이번 반도체 주기의 저점인 해로 생각되므로, 역시 걱정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얘기들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이 회사는 기존의 제지나 섬유, 목재 같은 한계산업 위주의 수요처에서 2014년 이후에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2차 전지와 같은 성장산업 위주로 수요처를 넓혀왔으니, 성장성은 숫자를 통해 검증되었습니다. 또, 2023년의 부진은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일시적 부진으로 보이므로, 앞으로 실적과 주가는 우상향 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이쯤이면, 반도체 경기도 저점을 지난 것 같은데, 제가 왜 이 종목을 열심히 분석해 놓고는 사지 않고 지켜만 보겠다는 것인지 궁금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아래의 그림을 보면서 설명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여러 번 얘기했듯이 저는 주당순자산에 최근 5년이나 10년의 평균 순자산이익률을 곱해서 내재가치를 계산한 후, 현재의 주가를 그 값으로 나누어 적정주가를 추정하는데, 이 종목과 같은 경기변동주는 대개 1~2배 사이로 생각합니다. 이 종목의 경우는 2014년 이후 높아진 전자소재 비중을 감안해서 최근 9년간의 평균 순자산이익률을 성장률로 보았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이 종목은 지난 3년간 주가가 반토막이 났음에도 아직 제가 원하는 내재가치의 하단 근처가 아닙니다.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2020~2021년 경에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데 반해, 이후 빠진 폭은 거기에 비하면 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이나 적정주가의 추정이 만능은 아니므로 이후 이 종목 주가는 크게 오를 수도 있고, 사실 그 편의 확률이 더 높아 보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는 이 종목을 기껐 분석해 놓고는 손가락만 빨게 된다는 말인데, 괜찮습니다. 그런다고 제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2024년 7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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