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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바텍 (코스닥: 043150) (2)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미인대회와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 미인대회의 수상자들에 해당하는 종목이나 업종들은 주식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종목들의 주가가 오르기 전부터 그 종목이 미인대회 수상자가 될 걸 알고 있었느냐?'입니다. 예를 들면, 수년 전부터 인공지능이 미래의 기술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렸으므로 막연하게 그럴 것 같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더라도, 거기서 '엔비디아'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을 알고 주가가 오르기 전부터 그 주식을 사서 가지고 있었는지요? 혹은,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으로 공급했던 '하이닉스'의 주가가 오르기 전부터 HBM의 성공을 예상해서 주식을 사서 보유했는지요?

 

 이는 삼성전자 조차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십중팔구는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나머지 한둘도 주가가 오르기 전이 아닌,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후 그 주식을 사서 운 좋게 오래 보유했을 뿐일 것입니다. 제가 운이었을 뿐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다음의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1) 하이닉스 주가가 죽을 쑤던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쯤 HBM의 성공을 예상하고 그 주식을 샀습니까?

 2) 그걸 예상했더라도, 강력한 경쟁자였던 삼성전자가 HBM의 엔비디아 인증을 받는데 그렇게 오래 걸릴 것까지 예상했습니까?

 3) 이 모든 걸 예상했더라도, HBM의 효과적인 대체재나 대체기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까지 미리 예상했습니까?

 

 세 가지 질문에 모두 '예'라고 대답하지 못했다면 운일뿐입니다. '대체기술의 등장까지 염두에 두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인공지능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 정도면 충분치 않은가?'라고 생각한다면, 몇 년 전에 2차 전지주들이 한참 잘 나가다가 반의 반토막으로 고꾸라진 것을 상기하기 바랍니다. 꼭 2차 전지가 아니더라도 그런 테마들은 주식시장에 항상 있어왔습니다. 메타버스는 어땠습니까? 문제는 그런 테마들 대부분이 채 1년도 되지 않아 사그라들었고, 1~2년 이상 지속되더라도 조만간에는 결국 파국을 맞이했다는 점입니다.

 

 주식시장에는 항상 비슷한 얘기가 되풀이됩니다. 저는 그런 미인주를 맞힐 자신이 없어서 장기적으로 체중이 늘어날 종목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제목에 있는 '바텍' 역시 그런 종목들 중 하나입니다.

 

 이 회사는 치과에서 쓰는 X-선 영상진단 장비를 만들어 돈을 버는데, 특히 CBOT(Cone Beam Computed Tomography) 장비에서 미국 Dentsply-Sirona, 핀란드 Planmeca와 함께 전 세계 수위권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CBOT는 X-선을 원뿔 모양으로 조사해 한번 촬영으로 구강 및 악안면 부위를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하는 영상진단 장비인데, 주로 임플란트나 근관치료, 교정 등을 할 때 사용됩니다.

 

 '임플란트나 근관치료, 교정이라..' 뭔가 돈이 될 것 같지 않습니까? 임플란트나 근관치료라면 사람이 늙을수록 더 많이 필요하게 되는데, 선진국들의 인구고령화라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 있지 않습니까? 또, 요즘 애들은 전보다 교정도 더 많이들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종목은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종목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꺼림직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X-선 이라는 하나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입니다. 이 점이 꺼림직한 이유는 'X-선을 대체할 기술이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수위권의 치과 영상진단장비 회사가 대체기술이 등장했다고 무너지기야 하겠는가? 이 회사도 그 기술로 장비를 만들 것이 아닌가?' 하실지 모르겠지만, 아날로그 사진용 필름을 만들던 '코닥'은 어떻게 됐습니까? 멀리 갈 것도 없이, 한때 MP3 플레이어로 세계를 석권했던 '아이리버'는 어떻게 됐습니까?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파장 중 뼈나 치아를 투과할 수 있는 파장은 X-선과 '테라헤르츠파'가 유일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점은 테라헤르츠파는 수분을 통과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게 다행스러운 이유는 치아의 뿌리는 잇몸 깊숙이 박혀있고, 우리 몸의 대부분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화두인 인공지능이 이 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는데, 이 회사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게 제 결론입니다. 인공지능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데이터, 그러니까 이 회사 장비에서 얻어지는 것과 같은 영상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과거의 숫자들을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누차 말하지만, 과거의 실적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거기서 안정성과 성장성이 읽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지난 15년간의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 G/R: 매출성장률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한두해 떨어질 수는 있어도 장기적인 추이는 위의 그림과 같이 우상향 하고 있어야 합니다. 특이해 보이는 점은 오른편 그림의 영업이익률 추이인데, 거의 0%에서 2015년에는 20% 가까이 높아졌다가, 이후 2020년 까지는 10% 초반쯤으로 낮아진 점과, 2022년 이후에는 매출총이익률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걸 알아보는 이유는 원래는 이익률이 낮았던 회사가 때를 잘 만나 높은 이익률을 보여주다가, 그때가 저물어서 다시 원래의 낮았던 이익률로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아래는 이익률 변동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사업보고서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나오는 비슷한 성격의 비용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그린 추이입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푸른 선의 원재료비와 재고의 변동을 합친 금액의 비중이 2013년까지 드라마틱하게 떨어진 게 당시 이익률 급증의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원재료비가 급락했던 원인은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원재료 가격의 변동추이'에서 단서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 회사 원재료비는 X-선을 영상이미지로 바꾸는데 필요한 '센서'와 장비의 뼈대를 이루는 '기구물'의 비중이 70% 정도로 높은데, 당시에 센서의 가격이 거침없이 떨어졌던 것이었습니다. 센서의 가격은 왜 떨어졌던 것이었을까요?

 

 이 회사가 쓰는 센서는 대부분 지금은 관계사가 된 '레이언스'에서 만들고 있는데, 사업보고서를 뒤적이다 보면 2012년 9월에 레이언스가 CMOS 센서를 만들던 '휴먼레이'를 흡수합병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또, 기존에 만들던 TFT 센서에 비해 CMOS 방식은 훨씬 저렴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러니까, 핵심 원재료인 센서를 훨씬 싸게 만들면서 원재료비 비중이 낮아졌다는 말이 됩니다.

 

 이 '센서'의 중요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센서를 만들던 사업부가 분리해 독립하면서 '레이언스'라는 회사로 2016년에 상장했고, 2017년에는 그 지분 중 일부를 비상장 모회사인 '이우홀딩스'에 팔면서 종속기업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종속기업은 실적을 모두 합해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반면, 종속기업이 아닌 지분의 일부만 보유한 '관계회사'는 그 회사의 순이익 중에서 보유한 지분의 비율만큼만 재무제표에 반영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레이언스가 떨어져 나간 2017년 사업보고서의 2016년 숫자로 구한 이익률은 전년 대비 하락했지만, 2016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익률은 오히려 전년보다 올랐습니다. 또, 2020년은 코로나가 창궐했던 해임을 감안하면, 2016~2020년의 5년 중 2016~2017년은 레이언스 분할로 인한 왜곡이, 2020년은 100년에 한 번 정도 있을 사건의 영향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2018~2019년 두 해의 이익률 하락은 앞에서도 말했듯, 한두해 정도의 부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문제는 2022년 이후의 이익률 추이인데, 매출총이익률은 큰 변화가 없었는데도 영업이익률은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앞의 비용항목들이 영업이익률을 몇 BP(Basis Point) 씩 변동시켰는지 아래와 같이 계산해 봤습니다. 100BP는 1%에 해당됩니다.

 

 

 100BP 이상 영업이익률을 갉아먹은 칸은 형광펜으로 표시했습니다. 2023년에는 '급여'와 '지급수수료'가, 2024년에는 '급여', 2025년은 '원재료/재고'가 영업이익률 하락의 주범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급여가 급등한 이유를 찾기 위해 사업보고서 직원현황을 보면, 큰 변동도 없고, 본사직원 만에 대한 현황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이런 비용들에 영향을 미쳤을 만한 사건들을 연혁에서 추려봤습니다. 

 

 . 2023년: 미국 서부지사 확장설립, 미국 치과기자재 유통 1위 헨리샤인과 제휴, 바텍-연세대 의료기기 AI연구센터 개소, 일본법인 설립

 . 2024년: 카자흐스탄 법인 및 UAE 법인 설립

 . 2025년: 대면적 CT Green X21 출시, 미국 치과영상 AI진단 설루션 Pearl과 제휴

 

 미국에서의 행보가 주요한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유는 아래의 주요 해외법인 자산규모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미국 974억 / 멕시코 463억 / 프랑스 389억 / 러시아 225억 / 브라질 190억 / 스페인 125억 / 체코 120억

 

 결정적인 단서는 아래에 보이는 지역별 매출비중의 추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붉은 선의 '북미'와 갈색선의 '유럽'이 장기적인 증가추세임을 볼 수 있는데, 북미의 비중이 미국지사를 확장하고 헨리샤인과 유통계약을 맺은 2023년 이듬해 급증한 것을 볼 때 그렇습니다.

 

 여기서 유통이나 AS 망이 이 회사가 하는 사업에서는 핵심 경쟁력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장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구하기가 어렵거나 유지보수가 안 되면 그 비싼 장비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이렇게 유통/AS 망을 갖추는 일은 이익률의 추이에서 볼 수 있듯이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 즉, 또 하나의 진입장벽이 되므로 이 주식의 선택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사실 이 종목을 올해 다시 분석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아래의 숫자들을 보면서 얘기하겠습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2017년과 2020년의 이례적인 ROE 급등락을 제가 내재가치 계산에 할증률로 사용하는 5년이나 10년의 평균 ROE에 포함해야 할지의 여부였습니다. 앞에서 2017년의 숫자들은 레이언스의 분리로 왜곡되어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부서가 독립할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이므로 2017년의 급등은 제외해야 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문제는 2020년의 수치인데, 당시 손익계산서를 보면 영업이익 외의 '기타 손실'이 주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영업활동 외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한 비용이었으니, 일견 2020년의 수치도 제외하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사업보고서를 뒤져보면 그 기타손실 중 큰 금액이 '관계기업투자 손상차손'에서 발생했음을 알게 됩니다.

 

 '손상차손'이라는 회계항목은 매년 일정액을 차감하는 '상각'과는 다르게 기업이 자의적으로 '영업권'과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될 때 장부상의 금액을 그만큼 지우는 걸 말합니다. 2020년의 영업이익 보다 큰 429억의 '관계기업투자 손상차손'은 지분율이 30.3%로 줄어서 관계회사가 된 상장사 '레이언스'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레이언스에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레이언스 사업보고서를 훑어봤는데, 그 해 레이언스도 무형자산 손상차손 68억을 인식했고 종속회사의 무상감자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아무튼 이듬해 매출이나 이익은 2019년 보다 증가했으므로, 실제로 뭔가 큰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쯤이면 2020년의 ROE 역시 할증률에서 제거해야 할 것 같지만, 문제는 이 회사는 여전히 레이언스 지분 30% 정도를 가지고 있고, 또, 레이언스 외에도 많은 비상장 자회사들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래는 이렇게 추정한 매해 3월 말 주가의 내재가치 대비 배수입니다.

 

 

2026년 5월에, 동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