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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미원에스씨 (코스피: 268280) (2)

 이 회사는 '에너지경화수지'와 그 원료를 만드는 한 가지 사업을 하고 있으므로, 도대체 에너지경화수지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이 종목 분석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수지'라는 말은 딱딱하게 굳기전 액체상태의 플라스틱을 말하므로, 뭔가 에너지를 쪼여서 딱딱하게 굳히는 접착제나 코팅제 같은 것 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른 후 공기 중에서 말리는 접착제와는 달리, 자외선이나 전자빔을 쪼여 순간적으로 굳히므로 접착제나 코팅제, 혹은 포장지나 제품 표면에 색을 입힐 때 등에 쓰입니다. 접착이나 코팅, 인쇄가 안 된 물건을 찾기가 힘드므로, 우리가 아는 공산품들 거의 대부분에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 코팅제나 접착제 등을 순간적으로 굳히므로 생산성이 대단히 좋습니다. 휴대폰을 만드는 생산라인에서 접착이나 코팅을 한 후 그게 마르도록 몇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면 쉽습니다. 시간은 돈입니다.

 

 에너지경화수지의 장점은 생산성의 향상만이 아닙니다. 광택이나 경도 같은 특성들도 우수하고, 열이 아닌 자외선이나 전자빔을 쪼이기게 플라스틱이나 필름 등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순간적인 경화의 특성상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이 없어서 친환경이라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부합합니다.

 

 에너지경화수지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아래의 그림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코팅이나 접착의 기본성분인 '올리고머'에 점성을 가지는 '모노머'를 더해주고, 각 코팅제/접착제의 특성을 부여해 주는 '첨가제', 그리고 자외선을 쪼이면 반응을 시작해 나머지 성분들을 굳히는 '광개시제'가 들어가면 '자외선경화수지'가 됩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전자빔경화수지'는 광개시제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자외선경화수지와 나머지 성분은 같습니다. 따라서, 전자빔경화수지가 자외선경화수지 보다 더 싸지만, 전자빔 장비가 비싸서 아직 자외선 경화수지만큼 널리 쓰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코팅수지를 만드는 친환경적인 방법에는 에너지경화수지 외에도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 수성수지: 솔벤트 대신 물이 운반 매체 (수성페인트 등)

 - 분체수지: 분말형태의 도료를 사용, 고온경화 필요

 - High-Solids 수지: 액체용매를 줄였으나 여전히 솔벤트나 물을 용매로 사용

 

 용도에 따라서는 이 세가지 방법 중 하나가 더 적합한 분야도 있을 것이나, 생산성과 코팅의 물성, 친환경성을 생각해야 하는 산업현장이라면 단연 에너지경화수지가 우위에 있을 것 같습니다.

 

 이쯤이면 이 산업이 안정적이고 성장성도 갖춘 산업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이 회사가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산업이 성장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 업종의 과실은 경쟁자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이 분야 점유율 그래프를 보면 조사기관 마다 각 회사의 점유율에 큰 차이가 보입니다. 전문적인 틈새시장이기에 데이터를 구하기 어렵고, 해당분야를 잘 모르면 조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회사의 점유율 역시 왼쪽의 그림에서는 선두권으로 표시되어 있는 반면, 오른쪽의 그림에서는 10개의 과점업체 중 꼴찌에 해당하는 면적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떤 그림이 더 정확할까요?

 

 오른쪽 그림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있는 프랑스 'Arkema'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에너지 경화수지는 'Coating Solutions' 부문에서 하고 있는데, 해당 부문의 작년 매출액은 32.5억 유로였습니다. 해당부문은 다시 'Coating Resins' 부문(73%)과 'Coating Additives' 부문(27%)으로 나누어 지고 에너지경화수지는 'Coating Additives' 부문에서 하고 있으므로, 작년 유로화 평균환율 1,357원을 적용해서 추산하면 대략 8~9천억 원 정도가 됩니다. 동사의 6천억 원과 비교하면 그림에서 처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Arkema 사업보고서 중

 

 한편, 점유율 그림 왼편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대만 'Eternal Materials'는 'Specialty Materials' 부문에서 에너지 경화수지 사업을 하고있고, 2021년 매출은 45백억 원으로 동사의 53백억 원 보다 오히려 적었습니다.

 

Eternal Materials 사업보고서 중

 

 무엇보다도 두 회사가 모두 경쟁자로 동사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서 동사의 위상이 결코 작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이 산업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는 이유는 이 회사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을 가늠해 보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사업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함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사업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대체재의 등장, 그러니까 에너지경화수지 보다 더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의 코팅용 수지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회사는 에너지경화수지와 그 원료라는 한 가지 사업만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팅을 한다는 것은 물체의 표면에 플라스틱 막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그러니까 합성고분자는 중합반응에 의해 생성되는데,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단계적 성장'과 빠르게 진행되는 '연쇄적 성장'이 있습니다. 느리게 진행되는 방식은 산업용 코팅에는 쓸 수 없으므로 '연쇄적 성장'을 보면, '자유라디칼'이나 양/음이온을 첨가하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양/음이온에 의한 연쇄반응을 이용한 코팅이 '전자빔 경화수지'입니다. 그러면, 이제 '자유라디칼'을 이용한 '라디칼 중합'만 남게 됩니다.

 

 라디칼 중합에는 반응을 시작시켜 주는 '개시제'가 반드시 필요한데, 열/산화환원/광 개시제가 있습니다. 산화환원 반응은 반드시 산화되는 물질과 환원되는 물질이 존재하게 되므로, 역시 코팅제로는 쓸 수가 없습니다. 열개시제는 앞에서 말한 고온에서 말려야 하는 다른 방식의 수지에서 사용되고, 엑스선이나 자외선 등의 광파장을 받아 반응을 시작하는 것이 '광개시제'입니다.

 

 한마디로 제 결론은 누군가 노벨상 감이 될 새로운 중합반응을 발견해내지 않는 한, 대체재의 위험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또 한 가지 희소식은 이런 산업분야에서 신소재나 신기술의 확산은 그동안 쌓아왔던 기존의 지식이나 인프라 등을 버려야 하는 문제로 인해서 경제성의 획득에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소비재에 적용된 나일론이 급속도로 실크를 대체한 반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아직도 철강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러면, 대체재의 위험에 대한 걱정은 가셨으니, 안정성과 성장성을 숫자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못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아래는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2017년의 실적이 보이지 않는 것은 회사분할로 인한 왜곡을 제거하기 위함입니다. 2017년 이전의 숫자들은 '미원홀딩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산업재를 하는 회사가 한두해 실적이나 이익률이 하락한 후 이듬해 반등하는 일은 크게 적정할 일이 아니지만, 2017~2020년의 4년이나 낮았던 이익률의 원인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제품과 원료 중 '산류'의 평균가격과 원유, 나프타 가격을 이익률 추이와 비교해 봤습니다.

 

 

 제품과 나프타 가격의 추이가 전반적으로 비슷하다는 데서, 시차는 있지만 원료비의 영향을 가격에 잘 전가시키고 있는 것 같은데, 2017~2019년은 유독 원료비의 인상을 가격에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후 원료비가 급등하자 제품가격도 급등했던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왜, 유독 해당기간에만 원료비를 제품 가격에 잘 반영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아래의 유가와 환율 추이를 보면 이 회사의 이익률은 둘 모두에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출비중이 80%를 넘고, 모든 정밀화학 기업들이 크건 작건 유가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2015~2016년의 좋았던 이익률은 유가가 급락한 후 안정화 되었고 환율도 나쁘지 않았던 데서 찾을 수 있고, 2017~2018년 경에는 유가가 올랐음에도 이전의 고유가 시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쌌던 유가 탓에 가격인상의 명분이 없었을 듯합니다.

 

 지난 2년 정도 우리는 뜻밖의 고유가 시기를 보냈지만, 친환경 에너지의 대두로 유가가 하향 안정화 될 것이라는 점은 거대한 시대의 조류입니다. 유가의 하향 안정화는 이 회사가 바라는 상황이기도 할 것입니다.

 

2023년 5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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