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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해성디에스 (코스피: 195870)

 반도체 관련 뉴스에 가끔 나오는 동그란 거울처럼 생긴 얇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를 가진 칩을 새겨 넣는 것을 전공정이라고 합니다. 이 웨이퍼 한 장은 보통 칩(다이)을 수십 개에서 수백 개까지 가지고 있는데, 후공정은 웨이퍼에서 그 다이들을 각각 떼어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떼어낸 다이를 기판, 그러니까, 리드프레임이나 아주 작고 얇은 인쇄회로기판(PCB)에 붙이고 검은색 몰딩을 입히면 우리가 아는 반도체칩이 됩니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반도체 후공정에서 기판으로 쓰이는 리드프레임이나 PCB를 만드는 것 이므로, 먼저 그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제일 왼쪽 그림의 지네 다리처럼 생긴 입/출력 단자들을 가진것이 리드프레임이고, 나머지 두 그림의 PCB 아래에 동글동글한 '솔더볼'이라고 하는 입/출력 단자들을 가진 것이 패기지기판 PCB입니다.

 

 전공정에서 만들어진 각각의 다이는 이미 반도체칩으로서 필요한 모든 회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이미 하나의 반도체칩이라는 말입니다. 이 다이를 기판에 붙이는 이유는 그냥 더 큰 인쇄회로기판인 '마더보드'에 붙이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전자기기에는 화면이나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버튼 같은 사람이 보거나 듣거나 만져야 하는 부품들이 들어가는데, 그런 부품들은 더 이상 작게 만들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선이어폰이 귓구멍 보다 작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한편, PCB는 미세하게, 그러니까 회로의 굵기나 입/출력 단자들을 작게 만들수록 비싸집니다. 따라서, 화면이나 버튼같은 큰 부품들을 붙여야 하는 마더보드를 굳이 회로나 입/출력 단자가 미세한 반도체 다이의 스케일에 맞춰 만드는 것은 엄청난 돈 낭비가 됩니다. 그리고 이때, 아무런 기능이 없어서 불필요해 보이던 반도체 패키지의 리드프레임이나 PCB 기판이 엄청난 경제적 효용을 발휘하게 됩니다. 바로, 미세한 반도체 다이의 입/출력 단자를 거대한 마더보드의 단자에 연결해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반도체 패키지들 중에는 'Wafer Level Package (WLP)'라는, 이런 기판이 필요 없는 패키지도 있습니다. 반도체가 갈수록 미세화되는 것과 패키지 안에 기판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그 반도체 패키지는 커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WLP가 미래의 반도체 패키지를 정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실제로도 WLP를 적용하는 반도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하는 반도체 패키지의 기판을 만드는 사업은 조만간 사양산업이 되지 않을까요?

 

 예측치이긴 하지만, 아래의 그림을 보면 다행히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붉은 영역으로 표시된 WLP를 제외한, 기판이 필요한 패키지들도 전체적으로는 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적층이나 연마 같은 전공정의 기술들을 사용해야 하는 WLP는 비쌉니다. 따라서, 무선이어폰이나 스마트워치같이 부품을 배치할 공간이 협소한 기기가 아니라면 굳이 반도체칩을 WLP로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TV나 냉장고, 자동차 안에 들어갈 반도체 패키지를 굳이 다이의 크기 정도로 미세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크기가 좀 크더라도 온도나 습기, 진동 같은 외부환경의 변화에도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산업이 사양산업이 아니라, 실은 미래가 밝은 산업임을 알았으니, 이 회사의 과거 실적추이를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유망한 업종에서 실력까지 갖춘 회사라면 그 추이에서 실력이 읽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2014년 이전의 지표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 회사가 2016년에 상장되어 그 이전의 데이터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보통 저는 분석을 중단하고 그 종목에 대한 관심을 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장 후 우호적인 업황에 실적도 덩달아 좋았을 확률이 높고, 분석을 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적어서 제대로 된 분석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종목의 경우는 삼성전자가 하던 리드프레임 사업을 1984년에 '삼성테크윈'이 인수하여 해 오던 것을 2014년에 '해성그룹'이 인수하여 지금의 회사가 된 것이니, 짧은 관찰기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삼성테크윈의 방산부문은 한화가 인수하여 오늘날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됩니다.

 

 다시 실적의 그래프로 돌아가서 독립된 회사가 된 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실적의 추이를 보면, 확실히 여러 사업을 하는 대기업의 한 부문으로 있는 것보다 전문적으로 그 사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임을 알게 됩니다. 이는 세계 리드프레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이 회사 점유율이 2014년 5.6%에서 2021년에는 9.1% 까지 높아진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또, 삼성이나 하이닉스 중 한두 곳에서만 매출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다른 국내 반도체 소재업체들 과는 달리, '인피니온'과 'ST마이크로', 'NXP' 등의 수위권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과 글로벌 후공정 수탁업체들 대부분이 이 회사 리드프레임 고객들이고, 패키지기판용 PCB는 삼성과 하이닉스 모두가 고객임을 생각하면 재무지표상의 데이터로는 부족했던 이익의 안정성에 대한 확신도 생깁니다.

 

 긴 시간의 지평에서 보면 큰 출렁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2018~2020년의 저조했던 이익률의 원인은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증권사 리포트들에서는 이 회사 이익률이 환율이나 구리시세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 것처럼 얘기하지만, 저는 큰 상관성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이 회사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원화로 환산한 평균 수출단가도 해당기간 동안 나쁘지는 않았음을 아래와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찾은 당시 이익률 부진의 원인은 '상각비'였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2018~2020년 경 검은선의 영업이익과 뚜렷하게 역의 관계를 가지는 항목은 붉은선의 상각비임을 볼 수 있습니다. 상각비는 공장이나 설비를 설치할 때 든 돈을 그 해 장부상에서 한꺼번에 빼지 않고 몇 해에 걸쳐서 서서히 빼주는 회계상의 규칙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 돈을 그 해 장부에서 모두 뺄 경우 무슨 난리가 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업종의 특성을 생각할 때, 미래에도 큰돈이 들어갈 설비투자는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매출액의 규모가 훨씬 커져서 그 영향은 과거와 같이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종목의 안정성과 성장성은 아래의 지표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짧은 관찰기간과 작년과 재작년의 환율급등이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사태를 생각할 때, 최근 1~2년의 엄청나게 높은 순자산이익률이나 폭증한 자유현금흐름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이 종목이 좋은 숫자들을 보여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2023년 5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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