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한솔케미칼 (코스피: 014680)

동해남 2025. 5. 10. 11:50

 제가 종목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들 중 하나는 '다양한 고객들에게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느냐?'입니다.특정한 한두 고객에게서, 혹은 한두 가지 제품에서 매출의 대부분이 발생하고 있다면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그 종목을 분석하는데, 결국 제 ''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특정한 한두 고객에 의지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조선시대 왕의 후궁들처럼 왕의 간택과 총애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간택과 총애를 받아서 잘 나가더라도, 언제 새로운 공급자가 간택되어 총애를 받을지 알 수 없습니다. 왕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 혁명이나 반정으로 왕이 바뀌기라도 하면 그 전의 후궁들은 궐에서 쫒겨나듯이, 아무리 고객사가 지금은 잘 나가고 있더라도 언제 게임체인저 같은 경쟁자가 등장할지, 혹은 대체재가 등장해 그 고객사의 제품이 더 이상 팔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대체재의 위협은 한두 가지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에도 그 종목을 고를 때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 됩니다. 만약, 그 기업이 가진 노하우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기술이나 소재로 만든 더 싸거나 성능이 좋은 대체재가 등장한다면, 그 기업에게는 몰락의 길 밖에 보이지 않을것 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런면에서 이 종목 '한솔케미칼'은 큰 걱정이 없습니다. 이 회사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에 쓰이는 정밀화학 소재인 전자재료 외에도 섬유나 제지, 환경 산업과 같은 다양한 수요처에 다양한 소재를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재료의 매출비중이 70% 정도로 크긴 하지만 특정한 고객이나 제품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과 고객에게서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성장성도 갖춘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산업은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크게 성장할 산업 중 하나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이 안정성과 성장성을 실적이라는 숫자들을 통해 검증해 봐야겠습니다. 아래는 지난 15년간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장기간 우상향하고 있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추이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눈을 오른쪽으로 돌려 이익률의 추이를 보면, 원래는 낮았던 이익률이 2015년 쯤 부터 높아지다가 최근 몇 년은 다시 떨어지고 있는 게 눈에 띕니다.

 

 아래의 매년 3월말 주가가 제가 추정하는 가치 대비 몇 배인지를 나타낸 배수를 보면, 마치 시장에서는 이 종목의 이익률은 2015년 이전의 낮았던 수준으로 돌아가리라는데 베팅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만약 시장의 베팅이 틀렸고 작년과 재작년의 낮아진 이익률은 전자산업의 일시적인 업황악화에 따른 등락이었다면, 지금의 낮은 주가는 절호의 매수기회가 될 것 입니다.

 

 확신을 얻기 위해 먼저 왜 2014년 이후 2021년 경까지 이익률이 높아졌는지를 알아봐야겠습니다.아래는 사업보고서의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나오는 항목들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그린 추이입니다.

 

 

 검은선의 '재고/원재료' 비중이 장기간 하락한게 결정적인 이유로 보입니다. 최근 몇 년간 오르긴 했는데, 최근의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비중이 커지고 있는 항목은 붉은 선의 '급여'와 회색선의 '기타' 정도인데, 이 마저도 이익률이 오르면서, 그러니까 매출액 대비 전체 비용의 비율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커진 정도로 보입니다.

 

 어느 증권사 리포트에서 이 회사 이익률은 천연가스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라는 말을 봤는데,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에틸렌은 거의 모든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므로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로, 에틸렌은 석유에서도 추출할 수 있는데, 이 때는 나프타를 먼저 추출한 후 거기서 에틸렌을 얻습니다. 아래와 같이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서 천연가스 가격의 추이를 찾아봤습니다.

 

 

 실제로 천연가스 가격의 추이와 이 회사 이익률 사이에는 역의 상관관계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는 방향성의 상관관계만 설명하지, 이익률이 왜 장기간 올랐고 원재료 비중은 왜 장기간 떨어지는 추세인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원재료 가격이 장기적인 이익률 상승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기존의 제품을 더 많이 팔았거나 더 비싼 제품을 출시해서 많이 팔았을 것입니다. 당시의 회사연혁을 읽어 보면 전자재료에 대한 투자와 성과가 많이 보입니다. 사업보고서에서 보이는 '용도별 매출비율'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문제의 2014년 이후 '전자소재'의 비율은 급증하는데 비해 '제지/환경/목재'의 비율은 줄어든 게 근본적인 원인이었습니다. 갈색의 '정밀화학'은 주로 과산화수소인데, 전자재료급의 고순도 과산화수소는 '삼영순화', 저순도는 '한솔제지'에 많이 팔고 있고, 두 회사 모두 관계회사여서 두 회사에서 거둔 매출은 공개되므로, 아래와 같이 두 회사에서 얻은 매출의 추이를 그려 볼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고부가 제품인 전자소재의 매출비중이 커진 게 이익률이 높아진 이유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전자소재의 비중이 커진 작년과 재작년의 매출과 이익률 하락인데, 답은 이미 앞에서 본 그래프들 안에 있습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이 성장산업이면서도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주기가 있는 산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작년과 재작년에 소폭 하락한 매출은 크게 걱정되지 않습니다. 재작년쯤 나온 삼성전자의 감산 뉴스는 근 10년 내 처음 들어본 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매출하락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이익률입니다.

 

 최근 2~3년간 급락한 이익률의 이유를 찾기 위해 다시 앞에서 본 각 비용항목들의 매출비중 추이로 돌아가 보면, 뚜렷하게 어느 항목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 보입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각 항목들이 몇 Basis Point(BP) 씩 변했는지를 계산해 봤습니다. 100BP, 즉 1% 포인트 이상 증가한 항목들은 형광펜으로 표시했습니다.

 

 

 2022년의 원재료비 비중 급등은 앞에서 본 천연가스 가격의 추이를 다시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듬해에는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인데 반해, 이 회사 원재료비 비중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데서 이 회사가 파는 전자재료가 고부가의 제품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천연가스 가격에 큰 변동이 없었던 작년에 원재료비 비중이 3% 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점은 의문스럽습니다.

 

 답은 '재고자산의 변동'과 '원재료의 매입'이 합쳐진 '재고/원재료'를 아래와 같이 둘로 갈라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재고자산의 변동'은 '기말 재고자산'에서 '기초 재고자산'을 빼서 구하는데, 플러스면 기 중에 생산한 제품보다 판매한 제품이 더 많아서 '재고자산의 변동' 만큼을 매출원가로 인식했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마이너스면 기 중에 생산한 제품보다 적게 팔려서, 그만큼을 매출원가에서 제외했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작년에 재고를 많이 판 게 '재고/원재료'비의 비중을 높였다는 말입니다.

 

 2023년의 '급여' 비중 상승은 이듬해 더 큰 폭이 하락한 것으로 미루어 일회성의 요인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상각비'와 '기타'는 이듬해 줄긴 했으나, 그 줄어든 폭이 미미합니다. 2023년과 2024년의 '상각비'와 '기타'의 변동을 합해보면 327BP로 '재고/원재료'의 131BP 보다 훨씬 큽니다.

 

 이 회사와 같은 화학업종의 기업이 상각비와 기타 비용이 크게 늘었다면, 설비투자를 많이 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상각비는 주로 설비투자에 쓴 돈을 매년 조금씩 지워 없애는 항목이고, 기타 비용이 상각비와 함께 늘었다면 새로 산 설비를 설치하는데 쓴 돈이나, 그 새로 설치한 설비들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때까지 시행착오에 쓴 비용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연혁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작년과 재작년에 투자를 많이 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023년, 2차전지소재 복합동 준공, 박막소재 DPT-45 공장 준공, 테이팩스 2차전지테이프 신공장 준공, 바이오공정용 화학제품 '바이옥스' 인수

 . 2024년, 박막소재 DIP 공장 준공

 

 지금까지 얘기한 모든 것들을 종합해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회사는 기존의 제지나 목재, 환경 같은, 수요는 안정적이지만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수요처 위주에서 전자산업이라는, 경기변동의 영향은 크지만 성장성 또한 큰 산업 위주로 주요 수요처가 바뀌었습니다. 최근 2~3년간의 이익률 급락은 주요 수요처, 특히 반도체 경기의 악화에 투자를 많이 한 점이 더해진 결과로 보입니다. 이렇게 볼 때, 최근의 이익률 하락을 걱정해서 큰 폭으로 떨어진 지금 수준의 주가는 절호의 매수기회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의 다른 재무지표들도 좋아 보이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ROE: 자본이익률 / BPS: 주당자본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오른편 붉은 선의 '주당자유현금흐름'이 보이지 않는 해가 많은 것은 로그축에 그린 그래프여서 음수는 표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2025년 5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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