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주식시장이 좋습니다. 시장이 뜨거워진 배경에는 올해 들어 지지부진했던 미국시장과 원화 가치 상승의 영향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사고 있는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지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주가부양책이나 상법개정에 대한 기대도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밸류업이건 상법개정이건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그러니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의 방법은 실효가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모든 법이나 규정에는 허점이 있게 마련이고, 처음에는 비틀린 팔에 억지로 끌려가듯 할 수 없이 그렇게 하는 척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그 허점들 사이로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게 기업, 아니 인간의 본성이기에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밸류업, 그러니까 코스피 5천 시대의 전제조건은 상속세율 인하와 배당소득의 분리관세,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가지는 없이 '자사주 의무소각'이나 '이사의 충실의무' 같은 것들만 손본다면 지수가 5천을 찍을 수는 있더라도 조만간 다시 원래의 수준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제가 말하는 코스피 5천 시대는 지수가 일시적으로 5천을 찍고는 다시 2천 수준에서 등락을 하는 게 아닌, 지수가 급락하더라도 다시 5천이나 그 이상을 금방 회복하는 걸 말합니다. 그 전제조건이 왜 상속세율 인하와 배당소득 분리과세인지를 설명하겠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국내 상장기업 최대주주는 최고경영자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들 대부분은 60~70대 이상의 고령자들입니다. 이 들은 그동안 열심히 일한 덕분에 그 지위를 얻었고, 잘 먹고 잘 살았어서 더 이상 경제적으로 자신의 자산을 크게 늘릴 동기가 거의 없습니다. 이 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코 '상속'일 것입니다. 자신은 충분히 풍요롭게 살았다면, 그 풍요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상속세율이 너무 높습니다. 30억만 넘게 상속해도 50%, 매출 5천억이 넘는 기업의 최대주주는 무려 60%를 세금으로 토해내야 합니다. 기업을 상속한다는 말은 곧 그 기업의 지분, 그러니까 주식을 물려준다는 말인데, 법인세나 소득세 같은 세금들을 꼬박꼬박 내면서 열심히 일군 자기 회사 주식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또 세금으로 떼 줘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주가를 낮춰야 합니다. 쪼개기 상장이나 유상증자 같은 것들로 주가를 낮추면 일단 상속세 자체가 줄어들고, 그렇게 많은 상속세를 도저히 낼 수가 없어서 상속지분 절반을 포기해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자사주는 소각하지 않고 우호세력에게 넘기는 게 유리합니다.
어떤 종목의 가장 큰 세력은 그 종목의 최대주주입니다. 그런데, 그 최대세력이 높은 상속세율로 주가를 올릴 동기가 없다는 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위협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면 대만이나 이스라엘 주식시장은 우리 보다 더 저평가되었어야 합니다.
아직도 제말에 반신반의하신다면 대만의 예를 들고 싶습니다. 대만은 우리와 비슷하던 상속세 최고세율 50%를 2009년에 10%로 낮춘 이 후 주가지수가 네배 올랐습니다.
대만처럼 최고세율 10% 까지는 아니더라도, 15~20% 정도로만 인하해도 코스피 5천이 아니라 1만 이상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수가 걱정이라는 분들께는 대만이 상속세율을 낮춘이후 세수문제가 있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상속세율 인하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배당소득의 분리과세입니다. 지금은 배당소득이 2천만 원만 넘어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배당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당연히 그 회사의 최대주주일 테고, 상장기업의 최대주주라면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은 배당을 받을 텐데, 절반을 세금으로 떼야한다면 역시 배당을 늘릴 동기가 사라집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다행히 시행될 것 같은데, 오늘 신문에서 본 여당안을 보니 좀 김 빠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배당성향 35% 이상인 상장사에만 한해 배당소득이 3억 원을 넘으면 27.5%로 분리과세 한다는 안이었는데, 밸류업을 하겠다는 건지 시늉만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화끈하게 배당성향이나 금액에 상관없이 15% 정도의 분리과세라면 확실히 최대주주에게는 배당을 늘릴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신문에서는 이렇게 미적지근한 안이 나온 이유가 세수감소나 부자감세 논란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전체적인 기업들의 배당금이 증가하고 주가가 오르면 더 많은 세금이 걷힐 것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편협한 시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100만 원을 배당받는 사람은 15만 원 만 내고, 100억을 배당받는 사람은 15억이나 내는 게 부자감세입니까?
2025년 7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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